생일을 앞두고 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의료파업이 있기 전이라 다행스럽게도 첫진료후 2주 가량 지나서 잡힌 수술일정...
강남세브란스는 첫 진료시 수술에 앞선 모든 검사(CT)를 진행했기에 굉장히 빠르게 다음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수술 전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수술전(위가 있었을 때) 사먹은 마지막 식사는 바로 돈까스였다.
너무나도 신기하게도 수술일이 가까워지니 정말 식욕이 뚝 떨어지고 입맛이 없었다.
뭔가 조금만 먹어도 굉장히 더부룩한 것이....
암전조 증상이 암인걸 알고나서 나타난건 뭐냐고..;;;
갑자기 악화되어 그런것인지.. 암인걸 알게되서 내몸이 괜히 그런 증상이 나타난것인지.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나타난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암인걸 알기 전까진 소화력과 식욕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나였고...
암전조증상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체중감소 또한 없었으니 말이다...
(재차 말하지만 말기 아닌이상 대부분 암환자는 암전조증상이 없다)
입맛이 돌지 않아 시켜놓은 돈까스를 다 먹지 못했다.
튀김옷이 왜이리 느끼하게 느껴지는걸까....
강남세브란스 식당의 아쉬운점은 메뉴가 참.. 다양하지 않다...
나의 병실이 확실히 배정되기 전에 아직 병실이 나오지 않아서 1인실에 배정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1박 가격이 ㅎㄷㄷ... 다행히 조금 대기하고 있으니 다인실이 나와서 다인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듯 한데 운이 좋지 않아 병실이 계속 안나오면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방에 입원해야한다)
입원 후 병원에서 저녁6시에 먹은 마지막 식사...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나왔는데 참 단촐하기 짝이없다...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정말 입맛도 없고... 실감도 나지 않았다..
병원이란게 입원후엔 잠을 포기하고 있어야한다...
다행히 나는 간호통합병동에 입원했기에 주변 소음이 덜한 편이였다.
보호자 1인이 상주하게 되는 병실은 보호자 때문에 너무 시끄럽고 도떼기 시장같다.
시끄러운것이 싫다면 간호통합병동이 좋다..(원한다고 다 입원가능한건 아니지만)
다만 혼자 거동이 힘든분들은 보호자 상주 병실이 더 좋을 수 있다.
새벽부터 주사바늘 꼽고 약도 맞고 이것저것 해야할게 많고 다른 환자도 있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새벽에 압박밴드를 신고 오전 7시 30분에 수술실로 출발하기로 했다.
내 위의 나쁜 암세포는 위의 중간지점쯤 있었기에 전절제가 아닌 상부는 남기기로 했었다.
다행히 복강경으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개복수술을 할 경우 회복이 상당히 더디기 때문에 복강경수술이 최고 !!!
하지만 수술방에 들어가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전절제 가능성이 있고 ....
혹은 아주 좋지 않은경우...(암세포가 퍼져있을 경우) 수술조차 하지 못하고 개복한걸 도로 닫고 나오게 될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경우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걸 전혀 알지 못했다.
암이라 하면 수술만 알았지 수술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걸 어떻게 알았겠냐고...
수술이야기에 앞서 위암 수술 준비물로 챙겨가면 좋을만한 것들을 몇가지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위암 수술 준비물
눈금있는 컵 (먹은양을 체크하고 소변양과 비교해서 내 신체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생수(떠다마셔도 되지만 난 챙겨가니 편했다),
뉴케어 (수술 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을 때 한두팩 챙겨가니 좋았다. 입에 안맞을 수 있으니 많이 사지 않고 한두개 있음 좋을듯..난 구수한맛으로 준비.)
귀마개와 안대 (옆침대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회용속옷, 물티슈, 세면도구, 편안한 슬리퍼, 담요(등이배겨서 챙겨간 담요를 밑에 깔아두니 훨씬 나았다)
가디건(계절상 필요시 챙겨간다. 복도를 왔다갔다 운동을 많이해야한다)
폐운동기구 (없을경우 병원 의료기기상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난 그냥 입으로 크게쉬고 내쉬고 연습해서 사놓고 안썼다 )
전자레인지용 찜질팩 (병원에선 전열기구 사용이 불가한데 수술후 회복을위한찜질을 수시로해야해서 찜질팩이 필수.!
없을 경우 병원 의료기기상점에서 구매하면 된다)
마스크 (코로나하 해제 되지 않았을 시점이어서 마스크는 계속 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런지..)
이어폰과 충전기 (병원에서 시끄럽게 영상보는 사람들 정말 이해 안간다. 근데 그런사람이 정말 많다.....그나마 간호통합병동이었기에 덜했다)
핸드폰거치대 (무조건 천천히 아주 오래오래 씹어먹어야 한다. 휴대폰을 보면서 먹으면 좀 더 도움이 된다)
벌써부터 난장판이 된 내 팔...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등 암환자가 많다보니 병동자체에 우울감이 감돈다..
간호사샘 또한 정말 친절하셨다..
새벽에 내 다리에 압박밴드가 씌워졌다....
그리고 수술하러 가기전엔 배에 난 털을 싹 제모를 해주셨다...
개복할 상황을 대비해서, 또 위생을 위해서인듯 싶다..
1월 19일 위암수술 당일...
수술전 혹시 전이가 있을 경우 개복을 해야하거나
수술이 불가해 다시 닫고 항암을 먼저 해야할수도 있다고 하셨다.
새벽에 일어나 수술장까지는 걸어서 갔다.
혼자 간것이 아니라 같은시간에 수술하는 다른 환자 여러명과 함께 이동했는데 분위기가 오묘했다.
지인들 면회가 불가했으나 수술장 근처 복도에서 얼굴을 볼 수 있어 잠시 얼굴을 보고 출발..
수술장으로 들아가서 비로소 침대에 누울 수 있었고.
누웠을 때 머리맡에 보이는 문구를 보고 눈물이 나왔다.
어떤 문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았고. 가장큰 슬픔과 두려움은 상황이 좋지 못해 개복을 하게 된다거나...
혹은 개복하고 수술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나오게 될 경우..
눈을 뜨지 못하게된다면 아이들은 어찌해야하는 두려움등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다행히 수술은 완료 되었고
안타깝게도 2/3 절제예정이었던 위를 전절제 해야했다. ㅠㅠ
그래도 수술이 진행되었고 개복을 하지 않았단 사실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수술후 통증은 기억나지 않는다...
병실에서 보호자의 면회가 잠깐동안 이뤄졌는데 남편이 많이 아프냐는 물음에
"너무 아파.. "라고 말한 기억만 생각난다..
무통주사 버튼을 수시로 눌러댔다..
병실밖의 사람들. 나도 어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비몽사몽 수시로 나는 잠에 들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가져간 안대 덕분에 그나마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수술한 그날엔 물섭취가 되지 않기에 너무 목이말랐고 간호사분이 물스프레이를 줘서 입안에 물스프레이로 건조함만 없앨 수 있었다.
수술하고 다음날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물 이 처음마신 음료는 바로 뉴케어 노엔피오
이게 대체 무슨맛인지? 뭐라 표현할 수 없었고 이조차 다 마시지 못하고 남겼다...;;
물마시면 마신양은 수시로 체크하고 화장실에 소변받는 통이 있는데 거기에 나온 양을 기록해야했다. 정말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내 장기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한 필수작업이었다.
그리고 수술한지 이틀째....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지못했다... 식사는 왜이리 자주 나오는지.. 심지어 간식까지 나왔는데 나는 먹질 못했다.
무통주사 때문인지 자꾸 잠만온다.. 정말 잠만잤던것 같다.. 원래 일어나서 걷기 운동도 해야하는데 왜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그리고 음료이외 처음 먹는 미음......
먹은것도 없고 수술 후 내 뱃속의 장기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회복되어지는 단계인데...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물도 마시면 배가 아팠다...
수시로 찜질을 해야했는데 간호사샘이 전자레인지에 데워주셨다.
근데 그것도 부탁하기 너무 미안해서 ....몸이 허락한다면 직접가서 데워오면 되는데 데우는게 시간이 꾀 걸린다.
수술 이틀째가 되니 컨디션이 훨씬 나아져서 머리도 감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 떡져있던 내머리. 드디어 ...!!
이날 부터 열심히 병원 복도를 왔다갔다 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 처럼 열심히 돌아다니진 못했다.
배도 너무 아프고..
와... 개복안한게 얼마나 다행이야...
퇴원은 수술하고나서 5일 째 되는날에 할 수 있는데
이 날은 수술하고 4일 째 되는날 !!!
사실 수술하고 아파서 5일째 되는날 퇴원이 가능하긴 한거야? 싶었는데
하루하루 지나고 몸이 회복이 되어가는것을 보니 가능하긴 하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심심한 음식들.. 도저히 입에 들어가지 않았고... 배도 아프고..
몇수저 먹다 말았다...그래도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엔커버 조금 먹었다.
수술 4일이 되었음에도 아직 가스배출은 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건 아닐까?
배 양쪽에 팽만감이 느껴지고 가스가 꽉찬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내가 맹장염에 걸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도 걱정을 하니 병원에서는 나를 휠체어이 실어서 엑스레이를 찍고 몸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도 시켜주셨다.
도무지 안되겠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좌약을 넣어야 했는데 너무 부끄러워 내가 넣으려했지만
간호사샘이 안된다고 간호사가 넣어줘야 한다고 해서 나는 굴욕을 맞봐야했다..;;
좌약 덕분인지 변은 보지 못했지만 가스는 아주 아주아주 살.. 짝 나오긴 했다..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결국난 변이 수술하고 열흘만에 나왔다..;; 무려 보름만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암의 정확한 기수는 수술 후 나온 조직을 검사한 후 알 수 있었다.
항암은 2기 부터는 진행 하게 되는데 그과정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다.
항암을 하기 전엔 누구도 알 수 없는 경험...
다음 포스팅엔 기수와 항암과정등을 남겨보도록 하겠다.